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발언대] 관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강대국 대통령들은 전쟁을 몰고 오는 것 같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무력전쟁을 일으키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푸틴의 머릿속에는 과거 웅대했던 소련연방의 재건에 대한 꿈이 서려있는 듯 하고,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환상이 맴돌고 있는 듯하다.   관세란 타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하여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관세 지불의 책임은 수입업자에게 있다. 수입업자는 사업가다. 사업의 목적은 이윤의 창출이다. 정부에 지불한 관세는 자연히 판가에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물가가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촉발된다. 이익을 보는 것은 관세를 징수하는 정부다.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을 재건하고, 세수를 증대하고,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관세란 전가의 보도가 아닌 양날의 칼이란 것이다. 자국의 유익을 위해 적용한 관세가 오히려 자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는 관세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순기능보다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 역효과를 초래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것은 소득세 징수 23년 전인 1789년이다. 당시 유럽에 비해 산업이 뒤처져있던 미국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관세정책을 강화했다. 링컨 대통령도 관세에 긍정적이어서 “보호주의 관세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가 될 것” 이라고 할 정도였다.     일차대전 전까지 미국은 관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 세수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관세는 소득세가 도입된 1913년에 이르러 그 비중이 30% 이하로 감소하며 현재(2024년기준)는 1.2%에 불과하다.   1930년 6월 미국 국회가 제정한 ‘스무트-홀리’라는 관세법은 관세가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929년 10월 미국 주가의 대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1930년 중반, 당시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따라 2만여 개의 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평균 59%, 최고 400%까지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영국을 비릇한 20여 개 국가들이 보복 관세를 적용하며 미국의 농산물 수출도 대폭 감소한 결과 농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실업률도 세배로 치솟고, 전 세계 교역량이 1/3로 축소되어, 대공황의 피해가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듯 자랑할 뿐만 아니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다음날 취소하는 등 리얼리티 쇼가 아닌 ‘관세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오늘 날의 국제정세에서 관세는 타국에 영향을 미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 또 자국으로 유입되는 불법이민이나 불법 약품을 통제하는 수단, 혹은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기초한 상거래에서는 상대국의 보복을 초래하여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많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주장하지만 미국의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미국이 관대해서가 아니라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미국내 소비자 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이웃처럼 연결되어 있다. 어느 나라도 독불장군처럼 자기 나라만의 유익을 위해 행동할 수는 없다.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무력으로 이웃나라를 침공하거나, 미국이 자국의 번영을 위해 관세정책을 무차별 사용하는 일은 지구촌 다른 나라에 공분을 일으켜 세계 평화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19세기 발전도상에 있던 미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되었던 관세정책이,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강한 나라가 된 지금 21세기에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트럼프 행정부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만병통치약 관세 홀리 관세법 보호주의 관세 보복 관세

2025-03-24

[니케의 저울] 관세 전쟁사는 현재의 거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돌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맞서 3개국 역시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네 배나 높다고 지적했고, 이로 인해 한국 역시 관세 정책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동맹국조차 예외가 아닌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 주식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관세 전쟁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세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미국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주제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 의회가 통과시킨 ‘차법(Tea Act)’으로 촉발되었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차에 특별 세금이 부과되자, 미국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는 과세(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구호를 내걸며 영국이 자신들의 의회 동의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1773년 12월 16일 보스턴 시민들이 동인도회사의 차 상자들을 바다에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초기 미국 정부는 관세를 주요 세수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연방 정부 수입의 90% 이상이 관세에서 나왔으며, 동시에 영국과 프랑스 등의 선진국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노예제 폐지가 주요 이슈로 기억되는 남북전쟁에서도 관세 정책은 중요한 갈등 요소였다. 농업 중심의 남부는 자유무역을 지지한 반면, 공업이 발달한 북부는 유럽산 제품으로부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원했다. 전쟁이 북부의 승리로 끝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후 1890년 맥킨리 관세법과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시행되었지만, 이로 인해 각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무역이 위축되었고, 소비자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부작용이 심화되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 강화는 경제 회복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GATT 체제’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의 시대가 열렸다. 1947년 체결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최근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질서의 기본 틀이 되었다.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무역협정을 통해 자유무역 기조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인 2017년부터 보호무역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이상의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이다. 트럼프의 집권 2기에는 전통적인 우방들도 가리지 않는, 더욱 확실한 보호무역 강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부과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다. 미국 헌법 제1조 8항에 따르면 의회가 무역 및 관세 관련 입법 권한을 갖지만, 국가안보나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특별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관세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러한 대통령의 예외적 권한이 일반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한 관세 정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촉발된 미국독립전쟁을 통해 탄생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오가는 역사적 경로를 살펴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특히 2차 대전 직전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주도하며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한 만큼, 보호무역으로의 회귀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한신 / 변호사니케의 저울 전쟁사 관세 보호무역 강화 홀리 관세법 보호무역 기조

2025-03-1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